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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노동 현장에서 ‘주 52시간제’와 연장근로 규제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뜨겁습니다. 특히 ‘하루 단위 근로시간 제한’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데요.
    이 글에서는 대법원 판결,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그리고 정부의 대응 방향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자 건강권 보호라는 두 가치의 균형점을 짚어보겠습니다.

     

     

    근로시간 규제의 새로운 쟁점: ‘주 52시간’에서 ‘하루 단위’로?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제도는 **‘주 52시간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즉, 근로자는 1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더해 주당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연장근로 상한이 주(週) 단위로만 계산된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특정 요일에 장시간 근무를 몰아 하는 ‘집중 근로’**가 가능해졌고, 이는 근로자 건강권 침해 우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근로자가 월~수에 15시간씩 근무하고 목·금에 쉬는 방식으로 근무하더라도, ‘주 단위 합계가 52시간 이하’라면 합법이 됩니다.
    이런 방식은 실근로시간 단축 취지와 배치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과 행정해석 변경의 영향

     

     

    2023년 대법원 판결의 내용

    2023년 대법원은 연장근로 계산 기준을 ‘1주 단위’로 한정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과거 일부 행정해석에서 인정되던 ‘1일 12시간 초과 금지’의 하루 단위 제한 규정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 판결의 취지는 근로시간 계산의 명확성을 확보하려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집중 장시간 근로를 합법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집중 장시간 근로’ 허용 문제 발생

    판결 이후 일부 업종에서는 특정 요일에 13~15시간씩 근로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예를 들어, IT 개발자나 생산직 근로자들이 프로젝트 마감 시기에 근로시간을 집중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로 인해 피로 누적, 사고 위험 증가, 개인 생활의 붕괴 같은 문제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결국, 1일 단위 규제가 사라지면서 근로자 건강권 침해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지적과 ‘하루 단위 규제’ 필요성

     

     

    2024년 국회입법조사처는 「근로시간 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보고서는 **‘1일 단위 근로시간 제한이 사라진 것은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며, 연장근로의 하루 단위 규제 재도입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조사처는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 1일 단위 제한이 없어지면서 장시간 집중 근로가 가능해짐
    • 이는 근로자 건강권 및 휴식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음
    • 근로시간법제 전반의 균형과 유연성이 다시 논의될 필요가 있음

    즉, 단순히 주 단위 총량만 볼 것이 아니라, **‘근로시간의 배분’과 ‘연속 근무 시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역할과 향후 노동법 개정 방향

     

     

    대법원 판결 이후 정부는 근로시간 유연화 논의를 이어가면서도, 하루 단위 제한 복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 노동계는 “하루 15시간 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현재 제도는 건강권 침해”라며 근로시간 단축과 규제 복원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 반면 경영계는 “업종별 특성과 프로젝트 단위 업무 특성상 하루 단위 제한은 비현실적”이라며 유연근로제 확대를 주장합니다.

    향후 노동법 개정 논의에서는 다음 두 가지 과제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 근로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하루 단위 제한 복원
    2. 산업별·직종별 특성에 따른 유연한 근로시간제 설계

     

     

    근로시간 법제의 균형점을 찾아야

     

     

    결국, 근로시간 규제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삶의 질’ 문제입니다.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면서도, 기업이 경쟁력과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균형 잡힌 근로시간 법제가 필요합니다.

    주 52시간제는 근로시간 단축의 상징적인 제도이지만, 현실에 맞는 세부 규정과 관리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형식적인 규제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 국회, 노동계가 함께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하루 단위 근로시간 규제의 방향을 다시 정립해야 합니다.